작가노트

 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깨어 있을 때, 적막함과 어둠, 그 속을 마주하면 두려움과 함께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찾아온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큰 감정은 처연한 아름다움이다. 살아있는 존재의 유한함과 저마다의 몫을 마지막까지 묵묵히 채워가는 삶의 모습들은 또 다른 형태의 아름다움을 주는 것 같다. 이런 삶의 어둠이 작업의 동기가 된다. 
작업은 사라지고 남은 것들을 찾아보고,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은유적으로 시각화 하는 공간을 연구하고 있다. 현실의 익숙한 공간에서 낯설고 두려운 감정을 끌어내어 존재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공간을 연출하고자 한다. 시각화의 방법으로 거리두기와 불안을 사용하고 있다. ‘거리두기’의 방법으로 공간을 나누고 몇 개의 공간이 다양한 레이어로 겹쳐지는 방법과 모호하게 이미지를 뭉개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밤의 시간을 통해 극단적인 구도와 대비되는 색상과 그리고 속도감을 주어 ‘불안’ 을 시각화 하려고 하였다. 작업에 반복적으로 쓰고 있는 달이 있는 공간은 이질감 때문이다. 적막한 어둠속에서 달의 모습은 어둠과 빛의 존재를 극명하게 느끼게 한다. 익숙함 속에서 낯섦의 공존이 주는 이질감이 현재공간이 아닌 차원이 다른 세계로 의식이 흘러가게 만든다. 이런 달의 모습이 존재와 소멸의 의미를 시각화 하는 모티프로서 적합하다고 생각하였다. 자신의 무의식 깊은 곳에 있는 두려움을 마주보아야 스스로 고요함을 맞이할 수 있고, 이 과정을 겪은 사람은 더 나아가 남들까지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업의 노력들이 보는 이에게 조금이나마 두려움을 마주보면서 공감과 치유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존재의 자각을 떠올리게 하는 일상 속에서의 가상의 공간을 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