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장유진(온라인 갤러리 ON:ME)
그의 밤은 다르다. 그것은 일순간 다른 세계를 열어 보인다. 매일같이 돌아오는 밤이야, 그시간대의 고요한 골목길이야 특별하다 할 것도 없지만, 작가 구진아의 밤은 지나치게 쓸쓸하다.
안개 낀 하늘이나 텅 빈 길은 누구나 한 번쯤은 본 적 있는 것만 같은 장면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 속에 종결을, 그로부터 발견한 존재에 대한 고찰을 투영했다. 정처 없이 떠도는 발걸음의 빠른 속도감을 시각화하거나 희미한 빛을 묘사함으로써 그 감정을 오롯이 담아내고자 했다.
밤의 빛은 어둠을 물리치고 화면을 온전하게 밝혀낼 만큼 뚜렷하지는 않더라도 그것과 맞닿은 영역만큼은 은은하게 물들이고 있다. 그로써 희미하게 밝힌 공간은 강한 태양 빛 아래 보였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며 익숙함으로부터 생경함을 제공한다. 작가의 밤 속에서 잠들지 못해 밖으로 나온 누군가는 마치 다른 차원에 도달한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며 문득 낯설게 느껴지는 길을 거닌다. 동이 터 걸음이 멈출 무렵 그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온 듯 보이겠지만, 달빛 아래에서의 체험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다.
-단체전 ‘어딘가의 잠 못 드는밤’ 큐레이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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